최영희 시인의 방 356

눈물이 난다

" 눈물이 난다 //최영희 사랑하며, 사랑하며 살아온 삶 필름처럼 스치는 저 공간 저 광경이 내 삶이었구나 눈물이 난다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이 땅에서의 만남이 소중해 눈물이 난다 나를 이 땅에 있게 한 어머니 아버지 그 사랑에, 감사함에 눈물이 난다 내 전생에 무슨 福을 지어 내 어머니 아버지 靈과 肉을 받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가고 있는가 우주의, 이 시간을 건너고 있는가 저, 들에 산에 피었다 지는 풀잎 같은, 소박한 내 삶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내게 주어진 모두를 사랑하는 내 모습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2022.4.15

그대는 내 사랑 이었습니다

그대는 내 사랑 이었습니다 - 부부(夫婦)- 최영희 사랑이여, 슬픈 내 사랑이여! 겨울나무 숲을 걸어가는 쓸쓸해 보이는 당신 그대는 내 사랑이었습니다 청청한 오월 푸른 잎 칭칭 감아올리는 등나무 같은. 당신의 그 푸른 기운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삶의 전부를 걸었습니다 전주곡이 슬픈, 봄이 오는 길목 당신 어깨 위 시린 햇살 그 위로. 손이라도 얹고 싶은걸요 황혼 녘, 우리 사랑인걸요.

편지

편지 최영희 내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날마다 내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는 눈으로만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가을엔 나뭇잎마다 구절구절 가슴으로 쓴, 사랑한 이야기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슬퍼하지 말라 했습니다 우수수 낙엽으로 덮인 숲을 가만히 헤쳐 보았습니다 그는 어느새 파릇한 희망의 메시지를 검은 흙 속에 보내고 있었습니다 난, 사랑이 가득한 그의 편지를 언제나 가슴으로 읽습니다 오늘은 뜨락을 지나다 목련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하늘은 흐리고 금방 눈이 올 것 같았지만 망울진 목련, 그는 하마 내게 봄 소식 전하고 갔습니다.

도시를 떠나 보자

도시를 떠나 보자 최영희 기계음 소리 자동차 굴러가는 소리 거리는 달아오르고 오늘도 빌딩 숲은 철탑처럼 솟아오른다 아이야! 우리 가끔은 도시를 떠나 보자 완행으로 가는 느린 기차면 더 좋겠다 물소리 새소리, 저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을 보아라 곡식과 풀과 꽃들은 다투지 않고도 제 몫으로 자라고 영글고, 밤이 되면 태양은 별과 달에 하늘을 내어주고 평화로운 휴식을 한다 고요한 밤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밤을 위한 전주곡처럼 평화롭지 않느냐 물고기도 잠든 듯 고요하고 별들이 호수 속으로 싸락눈처럼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한여름 밤 너와 나의 이야기가 별빛처럼 만나는 곳 우리 가끔은 도시를 떠나 보자. - 제4집 수록 작품-

역사(歷史) 속으로 사라진 단양역(舊)

역사(歷史) 속으로 사라진 단양역(舊) 최영희 임이시여! 임들은 우리들의 고향, 단양 단양역(舊)이 사라진 슬픈 역사를 아시나요? 1942년 개설되었다는 단양역! 서울의 청량리와 안동의 푸근한 인심을 이어주던 중앙선 열차 우리들의 고향, 단양역을 지나 죽령 고개를 넘을 땐 긴- 기적 소리를 내며 친구들과 놀고 있는 우리를 얘들아! 하고 정겹게 불러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충주댐의 건설(1985년)로 수몰된 고향! 선로는 이설(移設) 되고,,, 아-, 이제 더는 마을 앞, 산 중턱 기차가 달리는 그림 같은 전경과 귀에 익은 정겨운 기적 소리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겠습니다. 언제고 달려가면 엄마처럼 반겨 줄 것만 같던 내 고향 단양역(舊) 이제, 영원히 안녕인가 봅니다 그리운 산과 들은 오라는 듯 오라는 듯..

길을 잃었다

길을 잃었다/ 최영희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길, 50년대부터 2021년까지 가난한 50년, 60년 70년대, 70년대부터의 신접살림 삼 남매의 엄마가 되고, 손주 손녀가 여섯인 할머니가 되고,,, 참, 많이도 왔나 보다 주어진 길, 굽으면 굽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가난하고 힘들어도 감사함으로 걸었다 걷고 걸어온 길, 70여 년 인생길 7부 능선은 넘은 듯한데 코로나19가 점령한, 살아 보지 못한 세상 아- 여기서, 길을 잃었다 어둔 밤 저 멀리 별은 반짝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