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최영희
내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날마다 내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는 눈으로만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가을엔 나뭇잎마다 구절구절
가슴으로 쓴, 사랑한 이야기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슬퍼하지 말라 했습니다
우수수 낙엽으로 덮인 숲을
가만히 헤쳐 보았습니다
그는 어느새 파릇한 희망의 메시지를
검은 흙 속에 보내고 있었습니다
난, 사랑이 가득한 그의 편지를
언제나 가슴으로 읽습니다
오늘은 뜨락을 지나다
목련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하늘은 흐리고 금방 눈이 올 것 같았지만
망울진 목련, 그는 하마
내게 봄 소식 전하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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