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348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 雪白 최영희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세상 한 번 둘러 볼 시간 없었네수 없이 별이 뜨고 별이 지고 꽃이 피고 꽃이 지고세상은 아름다웠네, 그 안에 내가 있었네내가 오르던 작은 언덕은 미소로 안아 주던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나와 만난 작은 풀꽃의 순결한 미소는 아름다웠네, 고왔네 머릿결 스친 바람은그대 사랑처럼 살갑고 보드라웠네아-,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돌아보니, 곳곳 사랑이었네아름다워라, 그림 같은 세상먼 훗날, 그 안의 내 삶의 모습도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네 . Ralf Bach - Loving Cello

낙엽,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낙엽,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최영희한 줌 빛으로 하여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은 아름답고주어진 생명 또한 아름답다돌아보면 함께 한 바람 소리, 빗소리, 그리고 천둥소리마저 경이롭던 시간들너, 나, 우리 이루지 못할 꿈마저 사랑하며 살아 있음만으로도 감사했던 시간들마지막 비행하는 나비처럼 순하게 날아내리는 낙엽떠나기 전 몇 날 며칠 셀 수 있는 마지막 별까지 후회 없이 사랑했으리라아름다이 생을 다 하고 흙 속에 고요히 잦을 줄 아는 낙엽! 이 가을엔 그 갈빛 향기마저도 아름답다. Ralf Bach - Loving Cello

지구라는 별, 살다 간다

지구라는 별, 살다 간다 雪白/ 최영희가다가다 바람으로 가다 빛으로 가다 눈길 간별! 지구라는 별, 아름다웠다쉽게 쉽게 떠날 수 없어 머물고 간다한 삶 차리고 간다많고 많은 연(緣) 중에 둘도 없는 사랑도 만나고 아들도 낳아 보고 딸도 낳아 보고 예쁘게 집도 짓고,,,봐도 봐도 예쁜 그림이다그대와 나 지구에 몸으로 몸으로 그리며 그리며 살아 낸 삶!바람 속 흔적으로나 남을까.Carry & Ron - I owe you

나비야

나비야//최영희 나비야!세상이 너무 넓다너의 그 작은 날개로 날아 내기엔이 넓고 넓은 세상내일은 다시 어디를 날까훨훨 날아 보자가다 보면 꽃밭도 만나고 풀밭도 만나겠지이슬이 내린다네 집이 어디이냐, 집이 없나 보다풀숲에서 그대로 밤하늘 별을 헤고 있구나어느 역사(驛舍) 한쪽너를 닮은 가지런히 잠든 발가락그때 그 발가락지금처럼 슬펐다. Carry & Ron - I owe you

별들의 나라

별들의 나라 설백, 최영희 별빛이 저리도 아름다운 걸 보면저 별들이 사는 나라는아름다운 이들만이 갈 수 있는 나라인가 봅니다나는 언젠가는 그 아름다운 이들을 만나러 그 나라를 찾아가겠습니다길가에 홀연히 피었다 진 꽃들이 그렇고꽃 같던 나의 어머니가,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그렇게 홀연히 떠난 걸 보면분명히 내 그리운, 별이 된 이들만이 모여 사는 나라가 있을 겁니다별들의 나라가 있을 겁니다나는 언젠가는 그 나라를 찾아가겠습니다별이 된,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 이렇게 늙어 갑니다

우리 이렇게 늙어 갑니다 설백 최영희딸아!아빠 예쁘지? 귀엽지?치과 발치 후 치료 전앞니가 몽땅 빠진 아빠 사진을 보냈다내가 봐도 합죽한 그 웃음맑다, 아이만 같다지금 내 눈에 당신은 여든 살의 아기여보, 우리 이제 이렇게 늙어가나 봅니다다시 아기가 되어 가나 봅니다. * -남편 생전 인풀란트 위해 발치 후 쓴 글 지금 보니 가슴이 아프다.-

그대와 나 이승에서의 마지막 대화

그대와 나 이승에서의 마지막 대화 최영희 54년 함께한 삶 이야기도 많았지 사랑했지 행복했지 가는 길 아무도 모른다지만 예기치 않은 응급실행 중환자실 3일 만에,,, 새벽 4시 46분 따르릉 ~~~ 여보! 밤새 어땠어? 힘들었어~~~ 여보! 나 당신 없으면 못 사는 거 알지? 알~지 힘들어도 잘 견디고 치료 잘 받아~~~ 알았~어~~~ 이 절절함이 그대와 나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