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배추밭

詩人 설백/최영희 2023. 5. 27. 15:14

배추밭 // 詩; 雪白/최영희 어릴 적 어머니는, 날 가끔, 배추밭엘 데려가셨다 어머니가 내게 보여 주고 싶은 건 배추가 아니라 어머니 속살이었다 적당히 거무스름한 흙은 잎들의 고향 배추가 조금 자랐을 때 날, 배추밭에 데려가 보여 준 건 파란 배춧잎 보단 어머니 마음이었다 배추밭 검은흙은 어머니 마음처럼 살가웠다 속으론 물과 양분 겉으론 바람에 쓰러질라 뿌리를 보듬는다 어머니가 날 배추밭에 데려가 보여 준 건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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