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우리들의 어머니

詩人 설백/최영희 2023. 7. 12. 16:15

우리들의 어머니 // 최영희

지하철역 앞
가슴팍 만한 좌판 위
고구마 몇 개 울 콩 몇 꼬투리
그리고
시린 가슴을 올려놓는다

그랬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들딸에게 다 내어 주시고
남은 건 그것뿐

그러나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선 앞엔
총총한 사람들의 발끝만 지날 뿐
좌판은 진종일 시린 어머니의 가슴만
말리고 있다

파란 하늘
부끄럽지 않게 다 내어놓은 삶
주름진 미소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하늘은 맑고
잎을 지운 가로수
어머니의 쪽머리 내려 빗던 .
빗살처럼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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