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세상
사람이 사는 세상// 최영희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엔 수요일마다 시장이 선다 장 사람들은 이른 아침 차곡차곡 실어 온 그들의 삶의 봇짐 하나씩 풀어놓는다, 야채, 생선, 과일, 건어물,,, 야채 장수 아주머니는 오늘도 목청이 카랑카랑하다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랬듯 아주머니는 세 아이의 어머니란다 오늘은 세일입니다, 시금치 석단에 천 원이요, 천 원! 생선가게 아저씨는 꾸러미에 꿴 바닷조개가 만 원인데, 농담일까? 세일이라 만 천 원만 받는단다 훈훈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사는 세상 파장 시간 장 사람들은 질펀하게 풀어놓았던 하루의 삶을 챙겨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늘- 그랬듯 다음 수요일까지는 아파트단지엔 그들이 남기고 간 삶의 채취만 텅 빈 거리 한참을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