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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 최영희 지하철역 앞 가슴팍 만한 좌판 위 고구마 몇 개 울 콩 몇 꼬투리 그리고 시린 가슴을 올려놓는다 그랬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들딸에게 다 내어 주시고 남은 건 그것뿐 그러나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선 앞엔 총총한 사람들의 발끝만 지날 뿐 좌판은 진종일 시린 어머니의 가슴만 말리고 있다 파란 하늘 부끄럽지 않게 다 내어놓은 삶 주름진 미소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하늘은 맑고 잎을 지운 가로수 어머니의 쪽머리 내려 빗던 . 빗살처럼 정갈하다.

배추밭

배추밭 // 詩; 雪白/최영희 어릴 적 어머니는, 날 가끔, 배추밭엘 데려가셨다 어머니가 내게 보여 주고 싶은 건 배추가 아니라 어머니 속살이었다 적당히 거무스름한 흙은 잎들의 고향 배추가 조금 자랐을 때 날, 배추밭에 데려가 보여 준 건 파란 배춧잎 보단 어머니 마음이었다 배추밭 검은흙은 어머니 마음처럼 살가웠다 속으론 물과 양분 겉으론 바람에 쓰러질라 뿌리를 보듬는다 어머니가 날 배추밭에 데려가 보여 준 건 어머니였다.

나는, 산(山) 아이

나는, 산(山) 아이 최영희 산 위로 방긋! 해가 뜨고 산 뒤로 까꿍! 해가 지는 내 고향 단양은, 빙빙!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 나는 응아! 하고 산을 보고 태어나 산을 보며 자란 세상이 모두 산(山)인 줄만 알고 자란, 산(山) 아이 산(山)애서부터 흐르는 물소리는 졸졸졸! 언제나 맑고 투명했다 산(山)에서부터 부는 바람은 초가집 마당까지 청아한 새소리와 함께 솔향까지 실어 불었다 어머니 품만 같은 그 소리! 그 향기! 멀리 보이는 산등성, 그 안의 어린 날 토끼처럼 뛰고 놀던 숲길! 산(山)은, 영원한 내 안의 그리움,,, 내 안의 치유의 동산.

고향 산천

고향 산천 최영희 2023년의 봄, 3월 29일 이 아름다운 고향의 봄! 언제쯤 다시 찾을까 함께한 모두가 가고 없는 고향 산천 기다려 주는 사람 없어도 봄은 아름다웠다 목메도록 아름다웠다 산길도 물길도 세월이야 이길까만 견디고 견딘 건 계절뿐인가 내 고향 신神의 한 수 바위산 틈틈이 피워낸 참꽃의 청순함은 그대로인데 친구야! 너희는 지금 어디쯤이냐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 고향 산천 고개 넘어 저만치엔 너와 나 어린, 아이 소리 들리누나.

제5시집 수록 작품

시인의 말 4집을 내고 6년 만이다. 코로나19의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작품을 정리하고 시간만 보내다, 출판의 결심을 한다. 작품을 다시 정리하면서 보아도, 그동안 나의 詩적 性向에 크게 벗어나지를 못함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는 나의 시적 성향이려니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간의 각 문학지, 등에 실린 작품 등, 부족하지만 그간의 작품을 모아 5집으로 묶어 내고자 한다. 2004년 등단 후 여기까지 오면서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존경하는 황금찬 선생님, 그리고 지금도 늘 사랑으로 이끌어 주 시는 홍금자 선생님, 두 분 스승님의 제자로서 그, 가르침과 사 랑에 누가 되지 않는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글 쓰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부족한 글이지만 한 편 한 편의 詩가 함께하는 독자님들께 ..

고향 친구

고향 친구 // 최영희 산 밑 오순도순 우리 마을 너와 나 우리는 한 곳 나고 자란 고향 친구 골목마다 폴짝폴짝 뛰고 놀았지 맑았지, 고왔지 세상사 가는 길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 걷고 걸어온 70여 년 언제부터일까 이 친구 저 친구 한 친구 두 친구 가고 없단다 아-, 별나라쯤일까 그리워 불러 본다 먼저 간 야속한 내 친구들아. "Ace Cannon -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내 친구

"Nicolas De Angelis - Quelques Notes Pour Anna" 내 친구 // 최영희 그는, 내 친구였다 혹독한 긴 겨울을 지나 언제나 환-한 얼굴로 와주는 봄!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참 좋은 내 친구 2월 가고 3월 오면 들로 산으로 새 생명 품고 파르-라니 오는 봄은, 늘~ 외로운 나에게 푸른빛 언어로 긍정의 세상을 말하곤 했다 저만치 3월은 오고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그때도 좋고 일흔이 넘은 지금도참 좋은 내 친구, 봄! 햇살 이쁜 날엔 내 곁에 소곤소곤 밭두렁 논두렁 함께 쑥 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