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폐 선 詩;최영희 오래 된 시간의 희미한 빛 소금 끼 머금은 갯가 한 켠 비켜 앉은 낡은 어선 창문을 두드려 본다 어선은 빈가처럼 기척이 없고 오랜 기억만 반쯤 부식 된 닻줄에 걸려있다 지금 막 머나먼 길 에우고 온 바다는 짜디짠 포말만 한시름 쏟아 놓고 멀리, 등대 누군가, 올이 있어 불을 밝힐 때 푸른 시간은 저만치 파도에 밀리고 부둣가 주막에선 어제, 바다 위 날선 맨발로 걷던 어부 소주 한잔으로 목에 걸린 삶을 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