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슬픈, 2024년도 가나 봅니다
- 설백 최영희
봄부터 걷고 걷던 길
물이 흐르는 호만천변 산책길
많은 사람이 오고 가지만
모두가 낯선 사람들
언제나처럼 편안히 맞아 주는 건
물소리 새소리 천변가 풀잎들
고요한 듯 바람 불고
또 한 해가 가나 봅니다
54년 함께한 임이 가신
슬프고 슬픈 2024년도
이제 가나 봅니다
이쁘던 봄날도 가고
푸르고 푸른 여름 지나
햇살 좋은 가을날
갈대밭을 지날 때면
바람은 솔솔 불고
갈대꽃은 하얀 손 흔들며
슬픔은 멀리멀리
“안녕” 하세요, “안녕” 하세요
달래는 듯 달래는 듯
그, 하얀 손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