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말씀이 없다 //최영희
산은
아파도, 아파도
참 과묵도 하시던
내 아버지만큼이나
말씀이 없다
새들이 오면
새를 울게 하고
꽃이 피려면
꽃으로 피게 했다
짐승들이 소리 내 울면
짐승들의 괴성도
순하게 들었다
고단한 자 쉬게 하고
맑은 공기 맑은 물
이 나라, 이 땅
푸르게, 푸르게 묵묵히 지켰다
그러나 21세기 인류문명의 폭거
여기저기 파헤쳐진 산
허리가 잘리고, 뚫리고, 뭉개지고
허-연 피를 흘리고 있다
지금 산이 곳곳 아프다
그러나 산은 말씀이 없다
그때 내 아버지처럼. //20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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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글쓴이 : 설백/최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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