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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령포 가는 길
雪白/최영희
청령포 맑은 물
천 년을 돌고 돌아 흐르고 흐르건만
어린 왕의 천추에 恨
언제나 씻어 낼까
나룻배에 몸을 실어
세월을 건너가니
오백 년 열일곱 어린 왕의 한숨소리
우거진 솔숲 사이 떠나지를 못하고
망향루에 올라보니 한양 땅 두고 온 왕비를 그리는 그리움
하나, 하나 돌을 쌓고, 두 달여 쌓은 돌은
정한(精恨)의 탑이 되어 오백 년 비바람도 무너뜨리진 못했구나
御所에 걸려있는,
“ 천추에 원한을 가슴 깊이 묻은 채// 적막한 영월 땅 황량한 산속에서
만고의 외로운 혼이 홀로 헤매는데// 푸른 솔은 옛 동산에 우거졌구나
고개 위의 소나무는 삼계에 늙었고// 냇물은 돌에 부딪혀 소란도하다
산이 깊어 맹수도 득실거리니// 저물기 전에 사립문을 닫는다.”라는
御 製 詩는 내 가슴을 쓸어내고
돌아서는 이내 마음
어린 왕을 이곳까지 후송하고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해
강나루 홀로 앉아 통한의 詩를 읊은 왕방연의 충심에다 비할까만,
왕이시여!
왕위찬탈 1457년 6월 22일,
사약을 받으신 1457년 10월 24일,
17세의 어린 나이로 승하하신 그날의 恨
어느 세월 푸시리까
돌아서 오는 길
청령포 강물의 오백 년 울음소리
시린 귀가 젖는구나.//2007.10.7
제 2시집[또 하나의 섬이 된다] 중
그대는 내 사랑이었습니다// 최영희
사랑이여,
슬픈 내 사랑이여!
겨울 나무 숲을 걸어가는
쓸쓸해 보이는 당신
그대는 내 사랑이었습니다
오월 어느 날
푸른 잎 칭칭 감아올리는
등나무처럼
내 가슴은 당신의 그 푸른 기운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삶의 전부를
당신께 걸었습니다
마른 풀잎이 불러주는
전주곡이 슬픈
봄이 오는 길목
당신 어깨 위 시린 햇살
손이라도 얹고 싶은 내 마음인걸요
황혼 녘 우리 사랑인걸요.//200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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