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꽃씨 한 톨 //최영희

詩人 설백/최영희 2012. 11. 2. 05:34

    꽃씨 한 톨 //최영희 지인이 건네준 나팔 꽃씨 한 톨, 내 안에 들린다 곰실곰실 생명의 소리 그 안에 생명을 싸고 있는 두텁고 까만 생(生)과 사(死) 사이의 벽,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 뚫어야 할 운명 같은 것, 배란다 양지쪽 화분에 씨앗을 심고 흙 속을 가만히 들여 다 본다 귀를 대 본다 그 속에 내가 태어난 본향 그 우주가 보인다 지금, 씨앗은 내가 그랬듯 꼼지락 꼼지락 탯줄을 잡고 있을 게다 씨앗은 다시 조금씩 빛을 타고 오르겠다 드디어 오늘 아침 내 어머니 그 아픈 자궁 문이 열리듯 화분 속의 흙은 세상과의 빗장을 열고, 쏘-옥 내미는 머리 푸른 빛, 생명이다 벅찬 탄생이다 아- 저 눈에 비치는 세상 내가 처음 본 그 세상이겠다 그 세상, 꽃 피겠다. //2012.9.7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글쓴이 : 설백/최영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