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산은 말씀이 없다

詩人 설백/최영희 2010. 8. 17. 09:49

      산은 말씀이 없다 // 최영희 산은 아파도, 아파도 참 과묵도 하시던 내 아버지만큼이나 말씀이 없다 새들이 오면 새를 울게 하고 꽃이 피려면 꽃으로 피게 했다 짐승들이 소리 내 울면 짐승들의 괴성도 순하게 들었다 고단한 자 쉬게 하고 맑은 공기 맑은 물 이 나라, 이 땅 푸르게, 푸르게 묵묵히 지켰다 그러나 21세기 인류문명의 폭거 여기저기 파헤쳐진 산 허리가 잘리고, 뚫리고, 뭉개지고 허-연 피를 흘리고 있다 지금 산이 곳곳 아프다 그러나 산은 말씀이 없다 그때 내 아버지처럼.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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