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
설백 최영희
가난하다고 해서 마음까지도 가난하겠는가
나처럼 가난과 더 가까이 살아온 사람도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이 더 많다
먼저,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우리말 우리글이 있어 감사하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
언제고 여행할 수 있는 자유가 감사하고
아무리 높아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푸른 하늘,
그리고 산에 들에 어릴 적 함께한
친구 같은 풀과 꽃
지금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멀리 보이는 정겨운 저 산과 봉우리 그리고, 들길을
따라가는 여유로운 추억이 내게 있어 감사하고
강가에 햇살에 반짝이는 저 이쁜 조약돌과 조약돌 사이
마주 앉은 순이야, 옥이야!
너와 나, 어릴 적 친구여서 감사하다
이제는 신문물(新文物)에 밀려난 정겨운
어머니의 장독대, 물동이, 똬리, 화로, 인두, 골무
그리고, 아버지의 지게, 소달구지, 쟁기, 괭이
무릎까지 둥둥 걷어 올린 흰 무명바지에
흙 묻은 검정 고무신까지
추운 겨울날 솥뚜껑을 쓰-윽 밀치면
김이 모락모락 나던 검은 가마솥의
잘 부풀러 진 찐빵 같은 따끈따끈한
추억!
내게 있어, 나는 오늘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