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단성 역(예전의 단양 역)

詩人 설백/최영희 2015. 11. 14. 10:39
 단성 역(예전의 단양 역) /최영희
누군가 중앙선 열차를 타고
죽령고개 오르기 전 단성 역(예전의 단양 역)을 지나게 되면
역사驛舍가 선 그 자리쯤
예전엔 작지만 참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곳엔 나지막한 집들이 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을 입구엔 탑이 하나 세워져 있고
아이들은 장난처럼 탑돌이를 하며 놀던 곳
마을 뒤쪽으로는 동굴 하나가 있고
그곳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흐르고
동굴 입구엔 여느 마을과 다름 없이 
여인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빨래를 오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우물가 같던 곳 
봄, 여름, 가을, 겨울, 보통의 마을처럼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뒷산 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오던 곳
가을이면 엄마들은 마당에 붉은 고추를 말리시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마을을 덮고 아이들은 부푼 꿈을 꾸게 하던 곳 
아- 이제는 사라진 마을
그리워 그리워 목청껏 불러도 돌아올 수 없는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이여!
먼 훗날 누구라도 중앙선 열차를 타시거든
지금의 단성 역 그 자리쯤 
여느 마을과 다름없는 참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다는 걸 
입으로, 입으로 전해주는 이 있다면
허공에 손가락을 대면 텅! 텅! 소리가 날 것 같은
지금의 이 마음처럼 슬프지만은 않겠습니다.
// 2010년 시인협회 사화집 원고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글쓴이 : 설백/최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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