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억새꽃을 노래한다

詩人 설백/최영희 2009. 11. 30. 08:25




        억새꽃을 노래한다 // 최영희

        지나는 길
        낮은 언덕이었지 싶습니다

        산, 들, 바다
        한 해 동안의 모든 생각이 누워 잠이 드는데
        끝내 스러지지 못하는 소리 없는 하얀 빛 목 울림,
        눕지도 주저앉지도 못하는
        억새꽃 당신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너풀거리는 여인의 치마자락 같은
        고요한 슬픔을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려는 듯하다
        가끔은 바람 따라 먼 산을 바라보는,

        산은 빈 산으로 비어가고
        그리움은 영원한 것
        사랑은 슬프게도 영원한 것

        먼 훗날 우리 떠난 후에도
        그곳에 그대로 영원할 것 같은
        산을 밟고 선 억새꽃 그대 그림자 사이사이로
        천 년의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또 하나 지상의 별자리 같은.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글쓴이 : 설백/최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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