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을 노래한다 // 최영희
지나는 길
낮은 언덕이었지 싶습니다
산, 들, 바다
한 해 동안의 모든 생각이 누워 잠이 드는데
끝내 스러지지 못하는 소리 없는 하얀 빛 목 울림,
눕지도 주저앉지도 못하는
억새꽃 당신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너풀거리는 여인의 치마자락 같은
고요한 슬픔을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려는 듯하다
가끔은 바람 따라 먼 산을 바라보는,
산은 빈 산으로 비어가고
그리움은 영원한 것
사랑은 슬프게도 영원한 것
먼 훗날 우리 떠난 후에도
그곳에 그대로 영원할 것 같은
산을 밟고 선 억새꽃 그대 그림자 사이사이로
천 년의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또 하나 지상의 별자리 같은.
'최영희 시인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빵집이 있는 마을 (0) | 2009.12.31 |
---|---|
[스크랩] 生의 이야기- 풀씨 (0) | 2009.12.15 |
[스크랩] 11월 은행나무 길 (0) | 2009.11.14 |
[스크랩] 시인(詩人) (0) | 2009.11.10 |
[스크랩] 야시장이 서던 날 (0) | 2009.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