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 50여 년 만에 고향을 찾아서- // 최영희
살다 보면, 사라진다는 것
어머니 아버지가 그렇고 더러는 좋은 벗들,
가슴에 정녕 그리운 그 임들뿐이겠습니까
내 어릴 적 참 평화로운 공간
나지막한 집들이 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을 입구엔 탑이 하나 세워져 있고
몇몇 아이들은 장난처럼 탑돌이를 합니다
마을 뒤쪽으로는
수 억년 전의 비밀이 있을 것 같은 동굴*하나가 있고
그곳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흐르고
윙~ 윙 바람 소리, 바람은
수 억년 전부터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가끔 동굴 속에는
박쥐들이 동굴 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였어요, 박쥐들의 거꾸로 보는 세상
그러나 본래 거꾸로의 세상은 없었습니다
거슬러 거슬러 50여 년 전의 세상,
그때의 그 산도 들도 마을 그리고 그리운 사람도
내 유년의 그곳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때 그 동굴의 입만 잘라 박제처럼 말려 놓았네요
그 입에서 무슨 말을 듣겠습니까
*동굴; 지금은 단성 역(舊 단양 역)舍 옆으로
동굴 입구만 보존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