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한 톨 //최영희
지인이 건네준 나팔 꽃씨 한 톨, 내 안에 들린다 곰실곰실 생명의 소리
그 안에 생명을 싸고 있는 두텁고 까만 생(生)과 사(死) 사이의 벽,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 뚫어야 할 운명 같은 것, 배란다 양지쪽 화분에 씨앗을 심고 흙 속을
가만히 들여 다 본다 귀를 대 본다 그 속에 내가 태어난 본향 그 우주가 보인다
지금, 씨앗은 내가 그랬듯 꼼지락 꼼지락 탯줄을 잡고 있을 게다 씨앗은 다시
조금씩 빛을 타고 오르겠다 드디어 오늘 아침 내 어머니 그 아픈 자궁 문이 열리듯
화분 속의 흙은 세상과의 빗장을 열고,
쏘-옥 내미는 머리
푸른 빛, 생명이다
벅찬 탄생이다
아- 저 눈에 비치는 세상
내가 처음 본 그 세상이겠다
그 세상, 꽃 피겠다. //201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