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나, 오늘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가

詩人 설백/최영희 2025. 5. 18. 19:47

나, 오늘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가 설백 최영희 지금 내가 지나는 길목 나무들이 침묵으로 서 있다 가끔씩 불어대는 방향 잃은 바람 저들을 혼란스럽게 했겠다 그래도 저들은 어제도 오늘도 불평을 말하지 않는다 주어진 세상을 사랑하며 묵묵히 살아간다 그리고 늘 그랬듯 내가 지나는 이 길섶엔 작은 풀들이 오순도순 가슴 싸-하도록 정겹다 그들은 오늘도 한 숟가락 분의 햇살과 살가운 바람만으로 저토록 행복해한다 평온이다 평화로 가득한 저들 곁에 선 내 안의 나 내게 주어진 이 푸르른 날의 고요함 나, 오늘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가. -제7시집 원고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