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가
설백 최영희
지금 내가 지나는 길목
나무들이 침묵으로 서 있다
가끔씩 불어대는
방향 잃은 바람
저들을 혼란스럽게 했겠다
그래도 저들은 어제도 오늘도
불평을 말하지 않는다
주어진 세상을 사랑하며
묵묵히 살아간다
그리고 늘 그랬듯
내가 지나는 이 길섶엔
작은 풀들이 오순도순 가슴 싸-하도록 정겹다
그들은 오늘도 한 숟가락 분의 햇살과
살가운 바람만으로 저토록 행복해한다
평온이다
평화로 가득한 저들 곁에 선
내 안의 나
내게 주어진 이 푸르른 날의 고요함
나, 오늘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가.
-제7시집 원고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