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뜨기
최영희
난, 아무래도 촌뜨기 맞나 봐
몇십 년, 도시에 살아도 화려한 건물 숲을 걷는 것보다
옹기종기 작은 풀들이 모여 소곤대는 외딴 오솔길이 좋고
봄이면 금세 눈을 뜬 풀들이 들려주는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가 좋고 여름이면 흙 내음 땀 내음으로 얽히고설킨
내 고향, 그 언덕배기를 지나온 바람의 이야기가 좋다
가을, 그리고 겨울의
비우고 기다림의 철학과 그 사고의 깊이는 몰라도
난, 그대로 촌뜨기인 채로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운 그 세계가 좋다.
-촌뜨기- 시골 사는 사람을 정겹게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