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이별에 대하여
설백 최영희
이제는 알겠습니다
너와 나, 우리, 세상에서의 만남은
처음부터, 이별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른 아침 하루를 맞음이란
그 또 한 하루만치의 삶을
떠나보내기 위한 시작이었다는 것을
여름날 장미 숲을 지나며 보았던
타는 듯하던 그때 그 붉은 꽃망울들
다시, 꽃잎 진 그 길을 걸으며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때의 그 붉은 열정도
이별을 위한 슬픈 몸짓이었다는 것을
가을날 자작나무 숲속
한 잎 한 잎 낙엽을 지우는
우울한 나무, 나무여!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 어떤 아름다운 만남도
이별 앞엔 안녕입니다, 슬픈
안녕입니다
아-, 하늘은 푸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