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설백/최영희 2022. 2. 15. 07:06

편지

 

                          최영희

 

내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날마다 내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는 눈으로만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가을엔 나뭇잎마다 구절구절

가슴으로 쓴, 사랑한 이야기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슬퍼하지 말라 했습니다

우수수 낙엽으로 덮인 숲을

가만히 헤쳐 보았습니다

그는 어느새 파릇한 희망의 메시지를

검은 흙 속에 보내고 있었습니다

난, 사랑이 가득한 그의 편지를

언제나 가슴으로 읽습니다

오늘은 뜨락을 지나다

목련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하늘은 흐리고 금방 눈이 올 것 같았지만

망울진 목련, 그는 하마

내게 봄 소식 전하고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