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그는, 세상을 다 가졌다

詩人 설백/최영희 2017. 12. 31. 19:03

 

그는, 세상을 다 가졌다

 

                            최영희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어느 날

신도림역 지하철 입구 발걸음 가벼운

한 노숙인,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다

한 손엔 반으로 접은 토스트 한 입

베어 문 채, - 그는 세상을 다 가졌다

다른 한 손엔 마대 포 자루에

그의 가벼운 삶을 반쯤 차게 담고

다시, 그는 세상을 다 가졌다

구세군 냄비는 딸랑딸랑 혼자 울리고

오늘 밤엔 먼 곳에서부터 펑펑 눈이라도

내리겠다. 그는 세상을 다 가지고.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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