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여행(旅行)길에서 3 // 최영희

詩人 설백/최영희 2014. 9. 23. 08:56

            여행(旅行)길에서 3 ㅡ 북쪽, 끝 마을 // 최영희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쪽 끝 마을, 산도 마을도 고요하다 너른 들판 벼들이 익어 가고 과실수마다 과실이 주렁주렁 올가을 풍년이겠다 들로 산으로 난 국토 길 따라서 가다 보면 아- 슬픈 곳, "여기서 멈추시오" 산은 그대로 푸르고 푸른데 노루도 토끼도 오고 가는 철책선 하나 걸쳐 놓고 사람만 못 간단다 똑! 똑! 문 두드리면 저 능선 아래 북쪽 사람들, “뉘 시오.” 하고 문 열고 웃으며 나올 것 같은데 푸른 산허리 두른 철조망 걷어 내고 이대로 저 산을 넘어 백두까지 달릴 수만 있다면 60년 막힌 가슴, 아- 숨통 좀 트이겠다 그때는 침묵으로 있는 저 산도 하늘도 번쩍! 눈을 뜨고, 함께 일어나 손뼉치며 함뿍 웃겠다. // 2014.9.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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