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길에서 3
ㅡ 북쪽, 끝 마을 // 최영희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쪽
끝 마을, 산도 마을도 고요하다
너른 들판 벼들이 익어 가고
과실수마다 과실이 주렁주렁
올가을 풍년이겠다
들로 산으로 난 국토 길 따라서 가다 보면
아- 슬픈 곳, "여기서 멈추시오"
산은 그대로 푸르고 푸른데
노루도 토끼도 오고 가는 철책선 하나 걸쳐 놓고
사람만 못 간단다
똑! 똑! 문 두드리면 저 능선 아래
북쪽 사람들, “뉘 시오.” 하고
문 열고 웃으며 나올 것 같은데
푸른 산허리 두른 철조망 걷어 내고
이대로 저 산을 넘어 백두까지 달릴 수만 있다면
60년 막힌 가슴, 아- 숨통 좀 트이겠다
그때는 침묵으로 있는 저 산도 하늘도
번쩍! 눈을 뜨고,
함께 일어나 손뼉치며 함뿍 웃겠다. // 20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