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나는 이렇게 오늘을 간다// 최영희

詩人 설백/최영희 2014. 3. 4. 12:23

나는 이렇게 오늘을 간다

-행복을 위한 레스피-                   

                                 최영희

 

나는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이렇게 늙어 간다

스스로 행복한, 행복한 바보

날마다 이른 새벽 눈을 뜨면 거울을 보고

마주하는 늘~ 거친 풀잎 같은 나에게

환하게 한 번 웃어 주고

오늘 하루도 행복할 거야, 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매일처럼 집안을 둘러봐도

20년 된 냉장고와 전기밥솥

30년 된 장롱 그 자리에 여전하고

40년이 훌쩍 넘은 평생지기

내 곁을 지키니

이 편안함,,,

오늘도 여전히 편안할 거야

나는 오늘도 그렇게 늙어 간다

예전이나 지금처럼 길을 가다

떨이! 떨이! 매장을 만나면

몇천 원에 바지 하나 티셔츠 한 장 사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 이쁜

나는 행복한 바보!

돌아보고 돌아봐도

나는 날마다 행복한 가난뱅이

게다가 뒤늦게 시인이란

귀한 이름 하나 얻었으니

괜찮은 시 한 수 건지면

무엇을 더 바라리.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글쓴이 : 설백/최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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