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의 방

[스크랩] 외줄 // 최영희

詩人 설백/최영희 2013. 4. 11. 07:07

외줄

 

                  최영희

 

내가 아는 이웃집 지하방

쫄망 쫄망 세 아이 아빠인

그 남자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해를 바라보며

수십 층 꼭대기에 오른다

-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세상

날아도 보고 싶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없는 공간

그만의 특권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그 남자

외줄에 목숨 끈을 매달고

세상을 날 듯이 밟아 볼 심산이다

한 발 한 발, 나비보다 여윈 발로

그 남자, 곧추선 벽을 밟기 시작한다

- 칙 쓱-

아무리 우뚝하던 세상도

그 남자가 한 번 스치고 지나면

꼼짝없이 변신을 시작한다

그와 맞닿은 거대한 세상

오늘은 그 남자 손에 달려 있다

바뀐다, 그 남자 손에 그림이 바뀐다

통쾌한 변신이다, 이것이

그가 외줄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그의 자존심이다

세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착한 여자의 남자, 오늘도 기꺼이

허공 속 외줄에 목숨을 건다.//2013.3.16

 

 

출처 : 시가 있는 서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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