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詩 // 최영희
저 虛虛한 공간에
한 수씩 적어 내는 가을의 무언의 詩
나는 가을만치 시를 쓸 수 없어
가을 내내 筆을 들지 못했다
가을이 써내는 묵언의 서정抒情
하늘 가운데 구름 한 점이 임의 虛虛함이라면
나는 ( ,,,, )표로 대신할까
어제 지나온 하얀 갈대 숲길이
떠나는 임의 아쉬움을 말하는
무언의 손짓 같은 것이라면
나는 다시 맹목으로 기다림을 결심하겠지
그렇게 한 걸음씩 임은 가시고
이제 은행잎 노란 나비떼처럼 날아 내리면
가으내 앓았던 임의 앙상한 갈비뼈만
다시 나를 슬프게 하겠거니
아- 저 虛虛한 공간에
가을이 썼다가 지우는,
그리고 다시 쓰는 절절한 언어
그리고 말없이 떠나는,,,
계절의 詩聖, 가을
아- 나는 가을처럼 사랑하고도
가을처럼은 詩를 쓸 수 없음이라
가을 내내 筆을 들었다 놓기를 거듭하고 있구나.